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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옮겨다니는 ‘미술관 건물’
김원자
2009. 7. 23. 18:44
세계를 옮겨다니는 ‘미술관 건물’
- 미술 문화 산책2008/03/04 22:25
[한겨레] 유에프오 같기도 하고 달팽이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 같기도 하다.
명품브랜드 샤넬이 만든 움직이는 미술 전시장 ‘모바일 아트 파빌리온’이 지난달 말 홍콩의 3층 주차장 옥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2010년에 동대문운동장 터에 들어서는 ‘월드디자인플라자’ 설계자로 우리한테도 유명한 건축가다.
이 독특한 전시장은 건물 자체가 분해 조립이 가능해 옮겨다닐 수 있는 게 특징. 모두 700여 조각의 유리섬유로 된 부품은 영국 요크셔에서 만들었다. 이를 56개 컨테이너에 담아 홍콩에 옮겨온 뒤 4주간에 걸쳐 조립해 완성했다. 다음달 5일 전시가 끝나면 다시 20일 정도 걸려 해체, 선적하여 다음 개최지로 옮겨간다. 건물은 가로 29m, 세로 4, 높이 6m 크기로 무게는 180t이다.
아치형 문을 들어가면 혈관을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미로가 나오고, 흰색 유리섬유로 된 유닛 틈으로 새어나오는 빛을 따라 걸으면 ‘미로 속 빈터’로 이어진다. 작은 모임이나 카페테리어에 맞춤한 빈터는 오렌지를 반으로 자른 듯한 천장의 창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으로 조명을 한다. 건물 외부는 물론 내부도 아메바처럼 곡면으로 되어있고, 곳곳에 작은 전시용 공간을 둔 게 특징. 개관에 맞춰 내로라하는 작가 20여명의 작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 전시장은 샤넬의 가방 간판상품인 ‘퀼팅백 2.55’를 세계적 미술가들을 활용해 홍보하려고 만든 것이다. 마름모꼴 무늬와 체인 줄이 특징인 이 가방은 샤넬의 창업자였던 코코 샤넬이 디자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샤넬의 주력 상품으로 인기높은 장수 상품이다. 가방이 처음 나온 1955년 2월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이 움직이는 미술관 프로젝트는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중심이 돼 자하 하디드가 건물을 설계하고 현재 미술계에서 손꼽히는 작가 20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들은 코코 샤넬의 파리 아파트와 가방을 만드는 공장을 견학하고 여기서 받은 영감으로 설치, 조각, 사진, 비디오,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국내 작가로는 이불이 참여해 내부에 불을 밝힌 플라스틱 조각에 수백 개의 백과 체인을 장식한 작품을 출품했다. 관람객들은 작품 설명과 음악이 녹음된 엠피3을 귀에 꽂고 35분 동안 걸으면서 감상한다. 첫 작품은 로리스 체치니와 마이클 린이 만든 설치작품이며 마지막 작품은 얇은 종이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다는 오노 요코의 소원나무다. 전시장을 돌아본 한 홍콩 관객은 가슴 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했다면서 환상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모바일 아트’는 홍콩에서 전시를 시작해 이후 도쿄, 뉴욕, 로스앤젤레스, 모스크바,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를 3년 동안 순회할 예정이다. 서울시청 앞에도 올 뻔했지만 의사 타진 당시 2년 뒤 일정을 미리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한다.
자료 출처_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