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미니멀? No…개념미술입니다”

2009. 7. 28. 02:53카테고리 없음


“팝아트? 미니멀? No…개념미술입니다”

  • 미술 문화 산책|2009/02/26 20:25

 


화려하고 초감각적이다. 간략하고 날렵한 화면에, 원색들이 강렬하게 들어선 화폭은 보는 이를 상큼한 감각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감돈다.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대표 박경미)가 26일부터 선보이는 영국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68)의 작품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 작가는 의자, 전구, 신발, 커피포트 등 일상생활에서 늘상 마주치는 물건들을 간략한 선과 밝고 산뜻한 원색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구가 중이다. 이번 서울전에도 일상의 사물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한 신작 평면화 20점이 내걸렸다. 또 세로 3.2m, 가로 15m에 달하는 대형벽화 1점도 선보이고 있다.


크레이그-마틴의 작품은 팝아트, 혹은 미니멀리즘 계열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화면에 담긴 사물들은 현실의 특정한 물품이 아니라 각 사물의 보편적 특성을 뽑아내 만든 ‘작가만의 또다른 형상’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물을 표현한 색도 전구는 보라색, 양동이는 빨간색, 그 속에 담긴 물은 노란색 등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원색으로 표현돼 있다. 이는 사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능력을 되돌아보게 하는, 개념미술적인 접근방식을 작가가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은 영국 개념미술 1세대 작가 중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로 꼽힌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미국 예일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후 1960년대초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 중이다. 특히 그는 1974년에서 1988년까지, 그리고 1994년에서 2000년까지 영국 골드스미스대 교수로 재임하는 동안 오늘날 월드스타로 급부상한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영국의 젊은 예술가(yBa:young British artists)그룹작가들을 지도함으로써 영국현대미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같은 공로로 2001년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대량생산물을 몇 개의 단순한 선과 순도 높은 원색을 사용해 특별하고 매력적인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따라서 크레이그-마틴의 그림은 친근하면서도, 동시에 낯설다. 짙은 오렌지, 초록, 터키석 블루같은 강렬한 색 위에 그만큼 선명한 주황색 의자나 핑크빛 샌들, 보라색 전구 등을 배치해 독특한 대비를 꾀한 그의 작품은 관객에게 즉각적인 시각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물리적 사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능력과 해석의 욕구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즉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에 대한 개념에 집중하고, 관객을 작품의 의미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개념미술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작가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팝아트, 또는 미니멀리즘 회화로 보는데 그렇게 보는 걸 막진 않겠다. 보는 이의 자유 아닌가. 그러나 나는 일상의 익숙한 물건들의 본질적인 개념을 짚어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밝혔다. 초기 개념미술가로 출발해 지금처럼 톡 쏘는 원색의 회화로 선회한 것에 대해선 “예일대 재학시절 ‘색채론’의 기틀을 다진 거장 조셉 앨버스가 교수였다. 그로부터 받은 영향과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던 색채에 대한 생각들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왜 전구며 의자 신발 같은 평범한 대상을 그리느냐고들 묻는데 나는 체질적으로 거창하고 심오한 것보다 인간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일상적인 것들, 사소한 것들에 늘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 개인전이 처음이라 그 기념으로 가로 15m의 대형벽화를 디지털 프린트로 제작토록 했는데 한국의 디지털 기술력이 너무 뛰어나 깜짝 놀랬다. 원화 못지 않는 해상력 등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골드스미스 대학 재임시절 자신이 지도했던 데미안 허스트 등 일군의 yBa 작가들에 대해 묻자 “모두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조심성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업을 극단적인 곳까지 끌고가는 투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허스트에 대해서는 “비범하고 야망이 있으며, 사려깊으면서도 용감한 작가다. 초창기 ‘프리즈(Freeze)전’이 열렸던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두각을 보였는데 그가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런던에서 대대적인 경매를 펼쳤던 작년 9월까지가 미술사의 한 시기로 규정지을 수 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시기를 맞은 것 같다”고 평했다.

크레이그-마틴의 작품은 뉴욕 MoMA, 런던 테이트 갤러리,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또 올 1월에는 런던의 울위치아스날역 입구에 휴대폰, 열쇠같은 생활용품을 모티프로 한 2000여개의 타일작업을 선보여 ‘소소하고 일상적인 사물의 신(神)’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서울 전시는 3월31일까지. 02)515-9496

 

 

자료 출처_헤럴드경제 생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