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화랑가, 반갑다 근대미술 관객몰이

2009. 7. 28. 02:50카테고리 없음

불황기 화랑가, 반갑다 근대미술 관객몰이

  • 미술 문화 산책|2009/01/30 20:51

 


[중앙일보 권근영] 되돌아 보고 싶지 않은 과거이자 여전히 뜨거운 감자.

식민 통치와 맞물려 있는 우리 근대기는 그랬다. 특히 전통 서화의 몰락과 서양화의 전파가 함께 이뤄진 이 시기 미술은 이전의 서화 혹은 이후 서양화의 아류로 취급되기도 했다.

찬밥 산세이던 근대 미술이 불황기를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미술관뿐 아니라 화랑가에도 그간 외면받았던 서화전을 비롯해 근대기를 조명하는 차분한 전시들이 이어진다. 지난해 상반기 강남 지역에 상업 화랑이 잇따라 개관 혹은 이전하고, 해외 거장들이 줄줄이 내한전을 열었던 들뜬 풍경과 대조적이다.

◆관객몰이 근대전=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전시는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의 '근대를 묻다'(2008년12월 23일∼2009년 3월 22일)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여름 이곳서 열린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과 2007년 여름 인기를 모았던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은 석 달간 각각 15만 명, 23만 명의 관객몰이를 했었다. 미술관은 무료 전시인 '근대를 묻다'전이 그 두 전시의 기록을 꺾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서 진행중인 '소치 이백년 운림 이만리'(2008년 12월 2일∼2009년 2월 1일)전에는 평소 이곳 서예전 관객의 두 배를 넘는 하루 평균 180여 명이 찾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이색 근대미술전이 한창이다. 올 10월까지 아시아관에서 여는 '일본 근대 서양화전'이다. 영친왕이 수집했던 30년대 일본 서양화 명품 40점이 첫 공개돼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조선미술전람회' 등 국내 화단에 끼친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상업 화랑에서도 근대 재조명= 서울 소격동 학고재는 24일까지 '한국 근대 서화의 재발견'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비인기 장르인 서화에,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 됐던 근대를 주제로 한 비판매 소장품전이다. 갤러리현대 강남점도 다음달 10일까지 '화가와 달항아리'전을 연다. 마당이며 대청 등 집안 곳곳에 달항아리를 두고 수시로 보고 쓰다듬었던 수화 김환기(1913∼74)는 “내 예술의 모든 것이 조선 백자와 백자항아리에서 나왔다”며 “(달항아리는)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근대화가 김환기·도상봉, 사진가 구본창, 조각가 정광호씨가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과 함께 한익환·박영숙·박부원·신철씨 등 도예가들이 빚은 달항아리가 어우러졌다. 메이저 화랑에서는 드믄 도자전을 근대 회화 명품 등과 병치해 격을 높였다. 다음달 1일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달항아리 강연회를 연다.

명지대 이태호(미술사학) 교수는 “조선 시대에 편중됐던 서화 연구, 현대나 외국 미술 위주의 미술사 연구 시선이 상대적으로 불모지였던 근대로 향한 최근 10여 년간의 성과가 전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랑가의 근대 미술 재조명은 경기의 영향도 크다. 높은 환율에 미술 시장 침체로 해외 거장전 등의 대형 전시가 어렵게 되자 기본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자료 출처_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