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미술, 여전히 독창은 가능한가

2009. 7. 23. 18:40카테고리 없음

신세대 미술, 여전히 독창은 가능한가

  • 미술 문화 산책|2008/02/26 21:04

 

이인화씨의 '디지털풍속도'의 일부. 192×130㎝. 한지에 먹과 채색. 2007년작
젊은 작가 60여 명 '서교육십 2008'전

대한민국 문화 이종교배 현상 보여줘


서울 서교동 홍익대 앞에 있는 문화 공간 '상상마당'이 젊은 작가 60여 명의 작품을 모아서 기획한 '서교육십(西橋六十) 2008'전은 "취향의 전쟁"이라는 도발적 선전 문구를 내걸었다. 그래서 전시는 싱싱하고 격렬하고 섹시하고 개성적인, 하여튼 통상 '홍대 앞' '젊음' '현대미술' 하면 떠올릴 만한 취향의 즐거운 미술 경연을 보여줄 것 같다.

출품작 다수가 요즘 세대의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 약속이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 이 감수성은 대중문화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자기표현에 능하다. 가령 인상파 회화에 첨단제품을 삽입한 모 가전회사 광고처럼, 조선시대 풍속화에 MP3 같은 우리시대 상품을 짜깁기한 이인화의 '디지털 풍속도'에서 보듯 혼성적이다. 상업광고와 예술의 혼성이고, 시대착오의 혼성인데, 대한민국 문화 판에서는 그런 이종교배가 한창 대유행이다.

또 '홍대 앞 키드(kid)'의 잘나가는 미적 감수성은 모순적이다. 그 동네 가게들의 모드가 그렇듯이 낡았으면서 새로워 보이고, 튀지만 유행에 복종하며, 진부하지만 재기발랄하고, 화려하지만 촌스럽다. 기성 책 제목만을 표절해서 쓴 오재우의 '서시(序詩)'에서, 일상공간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을 푯말로 써놓고 풍경사진을 찍는 김나음의 작업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라 빨간 '다라이' 안에 '대야운하'를 만든 김시원의 조각에서 그런 야누스의 문화 감수성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젊은 정서와 취향의 미술을 조각조각 모은 '서교육십 2008'전은 어딘가 의심스럽다. '빈티지' 유행 코드 속에서 옛날 면서기나 들고 다녔을 황갈색 서류가방과 구제 청바지가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환골탈태했듯이, '상상 마당'이라는 세련된 문화 공간의 코드 속에서 젊은 작가들의 소박한 작업이 '핫(hot)한 미술 아이템'으로 각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막 미술을 시작한 이들의 감수성 또는 취향이 '꼭 가져야 할(must have) 유행품의 기호'처럼 제시될 때, 그들이 진짜 당면하고 있는 현대적 삶과 미술의 난제는 슬며시 가려진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며 이미 있는 것들을 모방하고 뒤섞어 뭔가를 내놓는 절충주의 미술에서 예술의 독창성은 여전히 가능할까?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나 막강해진 대중문화산업의 위세와 '세대 내 경쟁' 속에서 이상도, 꿈도 억압하고 당장의 현실적 목표에 매진한다. 그런 상황에서 신세대 미술은 취향의 경쟁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창조적 개화를 거듭할까? 전시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머리 위로, 봄바람이 불 듯 신세대 현대미술에 대한 질문이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