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요리골목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했어요
2009. 7. 28. 02:28ㆍ카테고리 없음
영월의 요리골목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했어요
- 미술 문화 산책2008/11/0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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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우중충하고 어지러웠던 도시의 골목들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친근하고 산뜻한 ‘공공디자인’이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앞다퉈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내걸렸던 간판이며 조악한 담벼락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깔끔하게 달라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달라지는 도시와 지역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영월의 먹자골목=강원도 영월군 영흥리의 ‘요리골목’은 얼마 전까지 영월읍에서도 가장 낙후됐던 골목이었다. 좁은 골목에 시뻘건 간판들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고, 담벼락엔 광고전단이 처덕처덕 도배돼 있었다. 곳곳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들은 쓰레기적하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열악한 거리’의 표상이었던 이곳이 최근 공공디자인의 옷을 입고 완전히 달라졌다.
광고전단으로 뒤덮였던 담벼락에는 멋진 벽화가 그려졌고, 가게며 식당들은 요란한 간판을 내리고 산뜻한 간판을 매달았다. 문방구, 피아노학원, 속셈학원, 심지어 염소탕을 파는 식당까지 앙징맞고 깔끔한 간판을 내거는 바람에 영월은 유럽의 우아한 문화도시들이 부럽지 않게 됐다. 골목 모퉁이에는 작가가 만든 예술의자가 놓여졌는가 하면, 전신주에는 화사한 나팔꽃 그림이 아롱아롱 피어났다.
이처럼 영월의 낙후됐던 거리가 말끔하게 정비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하게 된 것은 도심을 확실하게 정비해 ‘박물관의 고장, 영월을 새롭게 각인시키자’는 영월군민들의 의지 때문. 그동안 영월은 동강사진박물관, 단종역사관을 비롯해 박물관, 미술관이 13개나 되고, 시민천문대로는 국내서 가장 큰 별마로천문대가 있어 알아주는 문화고을이었다. 그러나 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도심 골목은 너무 낙후됐었다. 이에 영월군은 공공디자인 전문가 그룹과 손잡고 가장 열악했던 지역을 ‘이야기와 문화가 있어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었다. 또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공간문화대상’에서 영월의 이 요리골목은 최고의 골목으로 뽑히며 ‘거리마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월군의 의뢰를 받은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는 영월군민과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일단 쓰레기봉지가 쌓였던 곳엔 화단을 만들었고, 어지러운 담장을 깨끗이 정비한 후 화가들에게 벽화를 그리게 했다. 주민들이 직접 그린 접시그림들도 가지런히 내걸었다. 뿐만 아니다. 깜찍하게 생긴 픽토그램으로 도로표지판과 안내판을 만들어 거리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다소 진부했던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을 예쁘고 간결한 달팽이 그림으로 바꿔단 게 그 예.
먹자골목이 끝나는 지점의 아파트 벽면엔 영화 ‘라디오스타’의 ‘투톱’ 안성기, 박중훈의 활짝 웃는 모습이 그려졌다. 높이 30m의 대형 벽면에 영화스타의 얼굴이 그려져 더없이 정겹게 다가온다. ‘라디오스타’는 영화의 약 80%가 영월에서 촬영돼 영월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인기 스타가 등장한 이 대형 벽화는 요즘 영월의 랜드마크가 돼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영월 출신의 배우 유오성의 실물 크기 인물조각이 먹자골목 벤치에 놓여졌고, 골목 중앙의 ‘소설의 벽’에는 월북작가 이태준의 단편소설 ‘영월 영감’이 새겨져 발길을 멈추게 한다. 시인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가 새겨진 벽도 눈길을 끈다.
‘걷고 싶은 거리’를 제안한 박선규 영월군수는 “60, 70년대 중석, 석탄광산으로 크게 번창했으나 근래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요리골목을 부활시키자는 캠페인을 전문가와 화가, 주민들과 함께 펼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외곽에 있는 박물관만 찾던 관광객들이 새롭게 정비된 읍내로 찾아들고 있는 데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자주 찾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것. 지방비 3억5000만원에 국비 40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4월부터 정비를 시작한 영월의 먹자골목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간판들이 다른 지자체의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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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셈학원은 가느다란 연필, 문방구는 클립, 한우고깃집은 한우, 사철탕집은 염소와 개를 디자인해 간판을 예술작품으로 업그레이드시켰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였던 그 유명한 청록다방도 깔끔한 간판을 머리에 매고 커피 한잔 마시려는 관광객을 부지런히 맞고 있다.
영월 먹자골목에서 1971년부터 염소탕과 사철탕을 파는 식당을 꾸려왔던 ‘하얀집’의 이용자(68) 할머니는 “젊은 작가들이 너무나 예쁘고 앙징맞은 간판을 만들어줘 가게가 확 달라졌다”며 “전국 곳곳에서 이 거리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몰려와 30년 전의 활기를 되찾았다”고 반겼다. 이에 따라 한동안 문을 닫았던 송이덮밥집과 횟집도 곧 문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얀집뿐이 아니다. ‘시골밥상’ 집 2층 벽에는 헬멧을 쓴 광부(식당 주인이 한때 광부였다) 그림이, 중앙야식 집 맞은편 벽에는 야식집의 김혁-김현 남매의 모습이 큼지막하게 그려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송주철 디자이너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일단 공공미술로는 성공했다고 본다. 이 골목을 보다 아름답고 세련되게 가꾸는 것은 이제 영월 주민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제 ‘구로공단’은 잊어주세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금천구=70, 80년대 이른바 ‘구로공단’으로 불리던 서울 금천구의 가산디지털단지 주변거리도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달라진다. 우선 건물 앞 공간과 공개공지가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또 낡은 공장은 예술가들의 작업장인 ‘아트팩토리’로 조성된다. 바야흐로 공단이 문화의 거리로 변모하는 것.
이를 위해 금천구는 ㈜마리오와 폐공장 3개동에 대해 2년간 무상임대협약을 체결했고, 4개 업체와는 공개공지 문화공간화, 전선지중화, 보행환경정비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정부와 주민,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복합문화예술지역이 탄생하게 된 것.
특히 ‘아트팩토리’ 조성은 이번 공공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이다. 금천구의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지역은 아웃렛이 모여 있어 평일 10만명, 주말이면 20만명이 찾는 유통 명소다. 또 상주근로자 10만명이 근무하는 대한민국 IT산업의 메카로서 많은 외국 바이어가 찾고 있지만 볼거리, 휴식공간 등 문화시설이 거의 전무해 아쉬움이 많았다. 요란한 광고물이 난립해 정비가 필요하기도 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 사업이 추진되면 가산디지털단지가 대표적 문화 및 디자인 명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아울러 무엇보다 민간 기업들로부터 문화공간 및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가장 주목된다. 기업들은 예술가들의 문화예술 창작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하게 되며, 이곳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깔끔하게 조성된 문화공간에서 곧바로 전시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에 대해 공공미술연구가인 장정화 서인조경 부소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공공디자인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와 통일이며, 해당 커뮤니티와의 지속적인 소통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 출처_헤럴드경제_생생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