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 메마른 가슴에 따스함을 심다

2009. 7. 28. 03:11카테고리 없음

차가운 금속, 메마른 가슴에 따스함을 심다

  • 미술 문화 산책|2009/06/18 12:16

 

이상길 ‘Contact…’ 조각展

차갑고 단단한 금속을 주로 사용해 ‘금속작가’라는 별칭이 따라다니지만 조각가 이상길(45. 국민대 겸임교수)의 작업은 의외로 부드럽고 인간적이다. ‘소통’을 뜻하는 ‘Contact(콘택트)’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온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때문에 이상길은 스스로 금속작가로 규정되기보다 ‘자연과 인간, 우주와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 상생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불리길 원한다.

‘생명주의적 소통’을 의미하는 ‘Contact’ 연작을 줄기차게 선보여온 작가 이상길이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 초대로 24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Contact-In your heart & Together’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하트 형상과 구(求) 등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들이 부드럽게 변주되거나 서로 겹쳐지면서 아름다운 조형세계를 빚어낸다.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기도 하고, 여성의 풍만한 신체곡선 같기도 한 둥근 조각들은 비록 재료는 차가운 금속이나 이를 뛰어넘어 관람객의 마음을 스르르 무장해제시킨다. 또 크고 작은 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작품들은 서로 긴밀하게 이웃하면서 마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정겹고 따뜻하다.

          이상길 作 ‘In your heart’

그런가 하면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한 조각은 거울처럼 매끄럽고 눈부신 표면에 투영된 반사와 굴절에 의해 형(形)과 빛의 시각적 요소가 매번 새롭게 변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상길의 조각 역시 눈부시게 빛나는 조각의 표면에 쏟아지는 주변의 빛과 색(色)들이 다채롭게 형태를 변화시키며, 무겁지만 상큼한 금속조각의 세계를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타원형, 심장모양, 큐브 등의 형태를 띈 이번 작품들은 거추장스런 디테일과 장식이 최대한 생략된채 꼭 필요한 만큼의 표현만 곁들여져 ‘절제된 형식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조각은 미니멀리즘 조각이 금기시했던 환영, 신화, 신체성 등의 개념이 자유롭고 풍부하게 어우러져 경직된 미니멀리즘 조각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그의 입체들이 현대인의 메마른 가슴에 ‘쿵’ 하고 와닿는 것도 그 때문.

이상길은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조소과와 일본 도쿄 다마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2000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일본(이과전 특선)과 미국(프리먼재단 `아시아 작가상`)에서 주요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한국조각의 이름을 알렸는가 하면, 2006년에는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에 선정되며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7월4일까지. 02)734-0458

 

 

자료 출처_헤럴드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