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양화의 뿌리 장승업

2009. 7. 28. 01:21카테고리 없음


 

현대 한국화의 뿌리 장승업

간송미술관 '오원화파'展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머뭇거림 없는 붓 놀림으로 표현한 생동감과 해학적인 미감. 오원(吾園) 장승업(1843-1897)은 현대 한국 동양화단에서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봄 정기전으로 18일부터 6월 1일까지 '오원(吾園) 장승업 화파'전을 연다.

오원의 화풍은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 소림(小琳) 조석진(1853-1920)에게로 이어지고 백련(白蓮) 지운영(1852-1935)과 위사(渭士) 강필주에게도 영향을 주는데 오원의 그림 40여점을 비롯해 심전, 소림, 백련, 위사 등의 작품 100여점으로 꾸며질 예정.

심전의 제자들인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심산(沁山) 노수현은 서울대 동양화과를 각각 창설한 만큼 오원은 현대 한국 동양화단의 시조로도 볼 수 있다고 간송미술관은 설명했다.

결국 현재 우리 동양화의 뿌리를 보여주는 셈이다.

최완수 실장은 조선말기 사대부층이 몰락하고 중인계급 등 상공인과 부농이 부상하던 시대에 활동한 오원은 함축적인 감필미(減筆美)를 추구한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추상화풍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천부적인 회화미를 감각적으로 표출하는 능력을 발휘해 당시 그림을 살 능력이 있던 계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오원은 일자 무식에 자유분방한 성격을 갖고있었다"며 "10년전에 봤던 그림도 기억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대강 기억해 그렸던 만큼 신선도를 그려도 조선풍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오원 그림에 쓰인 서예는 일자 무식이었던 탓에 대부분 심전 안중식 등이 대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중식은 오원이 1890년대 광통교에 화방을 개설해 활동할 때 이곳에서 오원에게 그림을 배웠고, 조석진도 오원화풍의 영향을 받았다고 김현권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소개했다.

현대 한국화의 뿌리 장승업
김 위원은 도록에 실린 글을 통해 "오원은 1870년대부터 본격적인 화가 활동을 해 당시 화단에 성행했던 화풍을 익히고 1890년께에는 청대의 여러 화풍을 습득해 새로운 작품을 그렸는데 이를 후대에서 오원화풍이라 칭했다"며 "오원화풍의 특징을 요약하면 왜곡과 과장을 통한 해학적 미의 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원이 1868년께 경복궁 중건 단청 공사에서 감독같은 역할을 맡았고 이후 도화서 화원도 맡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에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술을 마시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고종의 노여움을 샀을 때 민영환(1861-1905)이 자기 집에 가두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겠다고 청을 올린뒤 완성하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춘남극노인(春南極老人)'과 '추남극노인(秋南極老人)'도 이번 봄 정기전에서 전시되는데 중국 그림에서 나오는 신선처럼 머리는 크게 그렸으면서도 얼굴 표정은 조선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한게 이채롭다.

민영환이 소장했었던 오원의 그림중 8마리의 말을 4폭에 나눠 그린 그림도 전시되며 좌우 2m가 넘는 두루마리 작품인 계산무진(溪山無盡) 등은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이밖에 일부만 공개됐던 심산임계(深山臨溪)는 8폭이 모두 전시되며, 10폭짜리로 구성된 귀거래도(歸去來圖)는 8폭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지운영의 천태선거(天台仙居)도 처음 공개되며 지운영의 정문입설(程門立雪), 주중시선(酒中詩仙) 등도 보기 힘든 작품들이다.